일본사회에서 70년대에 유행했던 시라케(しらけ·빛이 바래다, 퇴색하다)라는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말을 많이 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자기정당화를 잘 하는 그런 세대라는 거죠. 그런 걸 보고 시라케 할 수 밖에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중략) 70년대의 민주화, 노동해방 이런 꿈들, 민족통일이라는 큰 서사에 그래도 사회의 상당한 다수자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우파·보수파와 맞서 싸워왔는데 지금은 그런 대립점이 좀 애매해졌고 모두가 ‘생활 보수파’가 됐다고 할까. 그런 시대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중략) 옛날 같으면 개발독재적인 억압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신자유주의적 경쟁적인 파시즘에 가깝습니다. 이 파시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외국인 그런 차별, 경계선을 갖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그 중심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 강박의식에 기반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그 중심에 다가가지 않으면 이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강박 말이지요. (중략) 신자유주의 전체주의라고나 할까 그런 상황이지요. 옛날과 똑같느냐 달라졌느냐 하면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사회가 좋아졌다, 앞으로 낙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절대로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좀 답답하네요. (중략) 2년 전만 해도 공기가 희박해지는 일본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도망해서 숨 쉬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는데요. 하지만이 나라에도 공간이 얼마나 남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쉬러 온다기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같이 고민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2008년 2월)
서경식 교수는 답답한 일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편해보이는 한국에 쉬러왔다는 표현을 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귀국 즈음에 이루어진 인터뷰는 우리로부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 후 약 1년반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의 불행한 예견대로 심화되는 신자유주의적 파시즘을 겪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또한 심각하게 제한을 받고 있다. 일본에 가면 항상 느끼는 무거운 "소외"라는 공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짙어진다고 생각하니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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